Wednesday, November 23, 2016

박노해 - 나무가 그랬다

비바람 치는 나무 아래서
찢어진 생가지를 어루만지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울먹이자

나무가 그랬다
정직하게 맞아야 지나 간다고
뿌리까지 흔들리며 지나간다고

좋은때도 있고 나쁜때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고
뼛속까지 새기며 지나가는 거라고

나무가 그랬다

오직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행운의 때건 불운의 때건 지금 이 순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비바람치는 산길에서
나무가 그랬다 
나무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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